토끼의 판결

아주 아주 오랜 옛적, 나무와 동물들이 서로 이야기하던 시절, 한 호랑이가 먹이를 찾으러 숲을 어슬렁거리던 중 아주 깊은 구멍에 빠져버렸습니다. 그곳에서 빠져 나오려고 노력했지만, 기어오르기에는 너무 가팔랐고, 뛰어오르기에는 너무 높았습니다. 도움을 청했지만, 오는 이는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호랑이는 허기지고 지쳐서 땅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소리쳐 도움을 청했습니다. 호랑이가 이제 이 구덩이에서 죽는구나하고 생각했을 때 근처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호랑이는 마지막 희망이란 생각으로 소리쳤습니다.

"맙소사! 호랑이잖아!" 한 사람이 구덩이 위에서 살펴보며 말했습니다.

"제발, 날 여기서 좀 꺼네주쇼." 호랑이가 부탁했습니다. "날 도와주면, 내 평생 그 은혜는 잊지 못 할 겁니다."

그 사람은 호랑이의 사정을 딱하게 생각했지만, 나중에 잡혀먹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 도와주고 싶네 만, 미안하네. 날 잡아먹을 지도 모르니. 날 용서하게." 그는 이렇게 말하고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안돼! 안돼! 그렇지 마쇼. 제발 좀 도와주쇼." 호랑이가 소리쳤습니다. "걱정할 것 없소. 내 약속하리다. 절대 당신을 해치지 않겠소. 이렇게 간청하리다. 날 좀 여기서 꺼내주쇼. 만약 여기서 날 꺼내주면 내 평생 은혜는 잊지 않겠소."

호랑이의 말이 너무 불쌍하게 들려서 그 사람은 구덩이로 다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위를 살펴서 통나무 한 개를 주웠습니다. "자, 이것을 타고 올라오시오." 통나무를 구덩이로 밀어 넣으며 말했습니다.

호랑이는 통나무를 타고 기어올라와서 남자와 마주 대했습니다. 호랑이의 입가에는 군침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여보쇼! 잠깐만! 날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소? 이것이 당신이 말한 내 친절에 대한 감사의 표시요?"

"내 배가 고파 죽겠는데 무슨 약속이냐? 난 몇 일 동안이나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단 말이야!"

"잠깐만, 그럼 당신이나를 잡아먹는 것이 진짜 정당한 것인지 저 소나무에게 물어봅시다."

"좋다!" 호랑이가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물어본 후에, 어쨌든 너를 잡아먹을 테다. 난 지금 너무 배가 고파."

호랑이와 사람은 여태까지 일어났던 일을 소나무에게 설명했습니다.

"사람이 고마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니." 소나무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친절이라는 것은 우리들의 가지를 배어다 방을 데우고 밥을 짓는데 태워버리는 것이란 말이야. 이렇게 크는 데까지는 몇 년이나 걸리는데 사람들은 우리를 잘라다 집을 짓는데 사용해 버린다고. 무엇보다도 그 구덩이를 판 것은 사람들이야. 다시 생각할 것 없어. 저 사람을 먹어치워서 배나 채우라고."

"자 어때?" 호랑이가 입맛을 다셨습니다.

바로 그 때, 황소 한 마리가 지나갔습니다. "잠깐만! 저 황소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봅시다."

호랑이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의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던 황소에게 지금 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설명해 주었습니다.

"음, 생각할 필요도 없구먼." 황소가 호랑이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저 사람, 먹어 치워버려. 우리 소들은 태어날 때부터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지. 무거운 짐을 등에 지어 나르고 곡식을 심기 위해 밭을 갈아주지만, 우리가 늙고 병들면 사람들은 우리를 잡아 고기는 먹고 가죽은 벗겨서 물건들은 만들어 쓴단 말이야. 그러니 나한테 사람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말아. 먹어 치워!"

"보라고. 모두 같은 생각이잖아. 자 죽을 각오나 해." 호랑이는 곧 덮칠 기세로 말했습니다.

남자가 이제 죽었구나 라고 생각했을 때, 옆으로 토끼가 뛰어 지나갔습니다.

"잠시만!"

"또 뭐야?" 호랑이가 으르렁거렸습니다.

"제발, 마지막 기회를 주쇼." 애걸하듯 말했습니다. "내가 진짜 당신에게 먹혀야 하는지, 저 토끼에게 마지막 판결을 부탁합시다."

"무슨 필요야! 어쨌든 대답은 똑 같을 텐데."

"제발"

"좋아, 좋아. 하지만 이 번이 마지막이야. 난 배가 고파!"

그래서 호랑이와 사람은 그들의 이야기를 토끼에게 해주었습니다. 토끼는 이야기를 곰곰이 듣고 나더니 눈을 지긋이 감고, 귀를 어루만졌습니다. 잠시 후에, 눈을 뜨고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자, 두 분이 말씀하신 것은 잘 알아듣겠습니다. 그렇지만, 현명한 판단을 하려면 그 구덩이로 가서 벌어졌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앞장서시죠."

호랑이와 사람은 토끼와 함께 구덩이로 돌아갔습니다.

"음, 무척이나 깊군요. 자 봅시다. 그렇다면, 당신은 저기 빠져있었고, 당신은 여기 서있었단 말이지요?" 토끼는 호랑이와 사람에게 번갈아 말했습니다. "그럼, 당시 있던 자리로 돌아가 보세요. 그럼 제가 판결을 해 드리지요."

빨리 판결을 받고 배를 채울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호랑이는 구덩이 안으로 훌쩍 뛰어들었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이 예전에 있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호랑이 님, 호랑이 님은 구덩이에 빠지셔서 나오실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호랑이 님의 소리를 듣고 와서 도와주셨습니다. 그럼, 판결을 해 드리지요. 모든 문제는 아저씨가 호랑이 님을 도와주셨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토끼는 아주 다른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아저씨께서 자비를 베풀지 않고 호랑이 님을 그대로 두셨다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그냥 가던 길을 가시고, 호랑이 님은 구덩이 안에 그냥 계시면 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토끼는 이렇게 말하고 깡충깡충 멀리 뛰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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