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스페인군에게 학살당하는 부녀자와 어린이들(1576년 - 궤트)
안트웨르프 도시를 습격한 스페인군들의 살인과 약탈 그리고 방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스페인군의 만행으로 8,000명이 사망하고 1,000채가 넘는 가옥들이 파괴되자 네덜란드 합스버그 프로테스탄트 지도자들과 카톨릭계 지도자들이 급히 모여 소위 '궤트의 평정'이라는 동맹 조약에 서명한다.

두 진영 모두에게 종교적인 분쟁보다는 일단 힘을 합쳐 스페인군들의 만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급한 과제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이 지역에는 총독의 새로운 세금 정책과 지나치게 가혹했던 1572년의 폭동 진압에 불만을 품고 있던 스페인 사람들의 분노가 점차 거세어지고 있었다. 오랫동안 누적되어오던 이들의 분노가 스페인 병사들에 의하여 드디어 폭발된 것이다. 장교들을 쫓아내고 자신들이 구성한 혁명위원회를 앞세운 수천 명의 노련한 스페인 병사들의 폭동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 동안 폭동의 거센 물결에 휩쓸렸던 이 안트웨르프 도시는 거의 살아남은 자가 없을 정도의 처참한 피해를 입게 되었는데 그 광란의 살육을 직접 목격했던 한 영국인은 그 당시의 광경을 이렇게 증언하였다.

"성별이나 연령, 시간과 장소, 개인과 국가, 직업과 종교, 젊은 자와 늙은 자, 강자와 약자 그 누구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던 그들은 드디어 끔찍한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수백 명의 안트웨르프 어린이들까지 학살한 '스페인의 광포'라고 불려진 이 난동은 그 후에도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