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바다의 성전(聖戰), 그리고 터키군을 쳐부수는 십자군
(1571년 - 지중해)
십자군 살아남은 생존자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장엄한 광경으로 기억될 장면을 연출했던 전투가 끝났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습을 그린 깃발을 높이 단 두 개의 거대한 선단과 <코란>의 구절이 적힌 깃발을 매달고 있는 선단이 서로를 향하여 힘차게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노를 젓는 노예들을 재촉하는 감독들의 채찍이 허공을 바쁘게 가르고 있었다.

스페인의 전함 라 리얼에는 칼을 빼어든 오스트리아의 단 존이 곧 있을 정면 충돌의 순간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고, 술타나에 승선한 터키군의 사령관 알리 파샤도 부하들의 공격 준비를 독려하고 있었다.

스페인의 연합선단이 동원된 것은 터키의 대황제 슐라이만의 왕권을 계승한 셀림 2세가 키프로스를 침범한 것을 응징하기 위함이었다. 베니스와 교황 피우스 5세가 거대한 터키의 선단을 맞아 싸우게 되었는데 화마거스타가 먼저 함락되면서 터키군들의 잔악한 행위가 계속 보고되자 이에 분노한 기독교인들이 즉시 연합선단을 조직, 메시나 항구를 출발하게 된 것이다.

파샤의 선단이 걸프만에 닻을 내렸을 때 십자군의 선단이 수평선에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던 터키의 선단이 초생달형의 공격 형태를 갖추려고 하는데 이미 스페인 선단의 라 리얼 전함이 정면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어느새 두 전함은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부딪칠 때의 그 엄청난 힘으로 뱃전이 서로 맞물리게 되자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전투가 벌어졌다. 찰스 5세의 아들 단 존이 부하들을 이끌고 술나타호의 상갑판에 뛰어들면서 알리 파샤에게 직접 도전했다. 드디어 아리쿠에버스(총의 일종)에 맞아 쓰러진 터키선단의 사령관 알리 파샤의 목이 단 존에게 바쳐졌다.

터키군은 이 해전에서 230척의 전함을 잃었으나 십자군은 16척의 전함만을 잃는 대승을 거두자 온 서방 세계가 승리의 기쁨에 들떠 출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