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런던을 공습하는 독일 폭격기들(1940년 - 런던)
독일을 상대로 외롭고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영국의 수도 런던이 이제 전쟁터의 일선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3주 동안 매일 밤 독일 폭격기의 공습에 놀란 수만 명의 시민들이 지하 깊숙한 방공호로 대피하여 인적이 끊어진 런던 거리는 무참하게 파괴된 건물들의 잔해와 함께 황폐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로 항구를 비롯한 동쪽의 변두리 지역에 집중되던 독일 폭격기의 공습이 차츰 서쪽으로 옮겨지면서 버킹엄 궁전에까지 폭탄이 떨어졌는데 영국의 조지 4세 왕은 그 혼란중에도 폭탄에 의해 발생한 궁전의 화재를 신속하게 진화한 소방대원들의 공로를 높이 치하했다.

런던이 불타고 있는 동안 빈약하게 무장된 켄트와 서섹스 지방의 군인들, 그리고 그들보다도 더욱 빈약한 무장을 갖춘 영국 민병대들이 독일군의 침공에 대비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가운 데 바로 그들의 머리 위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영국 전투기와 독일의 루프트바페 전투기가 하늘 의 주도권이 걸린 맹렬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초기에는 양쪽 진영 모두 전투기보다는 조종사가 부족한 형편이었는데 점차 전세는 영국 공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그것은 격추된 전투기에서 낙하산으로 탈출한 영국군 조종사들은 다시 전장에 투입되고 있지만 적진에 떨어진 독일군 조종사들은 포로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9월 5일, 히틀러는 작전을 바꾸어 런던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한다. 이것은 결국 얼마 전 영국 공군이 베를린을 공습한것에 대한 히틀러의 보복 작전이었는데 그 당시의 광경을 한 영국 시민은 이렇게 표현한다.

"런던 하늘을 뒤덮었던 독일 폭격기들이 사라지자 갑자기 마치 핏빛으로 물든 거대한 버섯 같은 검은 연기 기둥이 햇살이 쏟아지는 하늘로 치솟았다.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에 잠시 머무는 듯하던 연기 기둥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하자 불바다가 된 런던 시가지에서 치솟는 시커먼 연기들이 그 연기 기둥과 합세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