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스페인 무적함대의 패배(1588년 - 영국)
영국을 혼내주려고 출범했던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스페인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해전을 치렀다. 그리고 1588년 9월 15일 처참한 모습으로 살아남은 스페인 전함들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의 항구로 조용히 귀항하고 있다. 그들을 압도하던 영국 전함의 화력과 불타는 배를 앞세운 영국군의 기습에 쫓겨 대열이 산산이 깨진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급히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오르키니와 쉐틀랜드를 거쳐 대서양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추격하던 영국 전함의 식량과 탄약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들의 피해는 더욱 막심했을 것이다. 스페인의 필립 황제는 영국을 단단히 혼내주려고 벼르고 있었다. 근간 스페인의 영지와 선박들이 프란시스 드레이크나 존 호아킨의 선단 혹은 크고 작은 영국 선단으로부터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그때마다 영국 주재 스페인 대사를 통하여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항의를 했지만 영국으로부터는 아무런 조치가 없는 가운데 영국인들의 약탈 행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게다가 스페인의 필립 왕의 명령으로 함대가 구축된다는 정보를 얻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드레이크로 하여금 23척의 전함을 이끌고 카디즈에 정박해 있던 80척의 스페인 전함을 진격케 하여 부수어버린 사건이 스페인 황제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이었다.

1588년 5월에 스페인을 떠난 메디나 시도나 공작이 이끄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7월 22일 영국해협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밤 전투 대형으로 늘어서서 닻을 내리고 있는 스페인 무적함대의 후면을 기습한 영국 함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1,000톤이 넘는 전함을 비롯하여 수적으로 영국 함대의 2배가 넘는 전함을 거느리고 있던 스페인 무적함대는 전함에 가득 찬 병력들과 쇠붙이의 무게로 육중한 반면, 가벼운 무게로 재빨리 움직이며 공격하는 영국 전함들은 그 화력 또한 장거리 사격에서 스페인 전함을 압도하고 있었다. 영국 전함들이 쏜살같이 돌진하여 포를 쏘아대다가 스페인의 전함이 육중한 포문을 돌리기 전에 재빠르게 도망다니는 전술로 스페인 함대의 전열을 흩트려놓고 있었지만 여전히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페인 무적함대는 그날 오후와 야간을 통하여 전열이 흩어진채 영국 해협을 밀고 나가며 스페인계 네덜란드인들의 지원 병력과 상륙정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지만 이들의 지원은 더치(dutch:네덜란드) 스페인 항거 세력인 '시 베거(sea beggar:바다 거지)'의 방해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 해전에 지친 스페인 무적함대는 칼라이스에 닻을 내렸으나 그들과 1.6km 떨어진 해상에서 대치하고 있던 영국 진영에서는 장작과 역청 그리고 화약을 잔뜩 실은 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화염에 싸인 영국의 불배들이 스페인 전함에 수없이 부딪혀오자 화염과 폭음에 놀라 허둥대던 스페인 전함들은 서로 부딪쳐 깨지며 침몰하기 시작했다.

동이 트는 바다 위에는 완전히 깨진 스페인 무적함대와 그 잔해들이 표류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영국 전함의 공격에 또다시 몇척의 스페인 전함이 침몰하고 나머지는 해안으로 도망치거나 선수를 돌려 북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 해전에서 스페인은 65척의 전함과 10,000명의 병력을 잃었으나, 영국은 100명의 병력만 잃었을 뿐 단 한 척의 전함도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