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파나마 운하의 개통(1914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배 1848년 미 합중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 금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미 대륙의 동해안으로부터 서해안으로 향하는 교통량이 부쩍 증가하게 되자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직접 빠질 수 있는 보다 수월한 교통로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었다.
드디어 수에즈 운하를 건설하였던 프랑스의 엔지니어 페르디난드 데 레세프스가 회사를 조직하여 파나마의 좁은 해협을 뚫어 수로를 만드는 운하 건설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1889년 부실 경영과 예산의 낭비 그리고 조직의 부패에 허덕이던 회사가 마침내 파산을 하게 되어 운하 건설 계획도 따라서 무산되고 만다.

당시 니카라과를 통과하는 운하 건설을 계획하고 있던 미국은 1899년 운하건설추진회를 조직하여 다양한 방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1903년 그 당시 국가 형태를 공화국으로 바꾼 파나마가 운하 건설에 수용되는 3.2km 폭의 땅을 미국에 팔겠다고 제안하였다.

조지 괴탈스 장군의 지휘로 추진된 이 파나마 운하는 그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지 7년이 채 못 걸려 완성되었으며 공사 도중 운하 주변을 휩쓴 황열병을 박멸한 윌리엄 고르가스 장군의 사업이 그 건설 공사가 남긴 두드러진 업적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1914년 8월 23일, 드디어 첫 증기선이 6.4km에 이르는 운하에 건설된 3개의 콘크리트 수문을 통과했다.

콜럼버스 시대 이후 신대륙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이 운하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해공 기지의 역할을 하였으며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전략 요충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20세기 건축 기술의 기념비적 위용을 자랑하는 이 파나마 운하는 지금도 여전히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교통을 훌륭하게 처리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사실상 가장 오래된 운하도 아니며 세계에서 가장 넓지도, 깊지도 그리고 가장 긴 운하도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두 바다를 연결하는 유일한 수로라는 사실과 그리고 극심한 난관을 뚫고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파나마 운하로 하여금 일찍이 인간이 이룩한 수로 공사 중 가자 위대한 인공 수로라는 명성을 듣게 하고 있다.

초기에 시도되었던 파나마의 좁은 해협을 뚫어 운하를 만드는 공사는 건축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실책 공사로 끝나고 만다. 1881년 프랑스의 건축가 페르디난드 데 레세프스가 조직한 프랑스의 건설회사가 파나마의 해협을 뚫기 시작한 지 수년 후 수에즈 사막 지대의 난관을 극복했던 데 레세프스가 파나마 모기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8년 동안 20,000명의 인부들이 말라리아로 죽어나가면서 325,000,000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 데 레세프스의 회사는 파산하게 되었다. 그리고 데 레세프스는 파나마를 떠났다.

1907년 드디어 괴탈스를 단장으로 한 미국 건설단이 파나마로 건너가 프랑스 건설팀이 손을 뗀 건설 현장을 답사한 다음 그 공사를 이어받기로 결정했다. 파나마 정부로부터 운하 건설에 수용되는 16km 폭의 긴 땅을 미국 정부에 팔겠다는 조건을 수락받은 미국 건설팀은 먼저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모기를 박멸하는 대대적인 작업을 시작한다. 프랑스 건설팀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질병의 위험을 제거하여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공사가 양쪽에서 동시에 시작되어 빽빽한 열대 정글을 뚫고 나가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웅덩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가일라드 커드(gaillard cut)'라는 인공호수가 수문과 함께 건설되었다. 201m 높이의 언덕을 파서 만든 이 공사에만도 300대의 열차가 각각 400톤의 흙을 매일같이 실어날라야 했으며 전체 운하 공사에서 쓰여진 흙의 양은 10,000,000,000,000톤이 넘는데 이것은 키아프스 피라미드의 무게를 모두 합친 것보다 무거운 것이 된다. 드디어 1914년 운하가 완성된다.

이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그 높이가 26m의 차이로 조절된다. 즉 서쪽으로 통과하는 선박들은 먼저 그 수위가 바닷물보다 높은 가툰호(lake gaun)로 진입했다가 그보다 수위가 낮은 미라플로레스호(lake miaflores)를 거쳐 바닷물과 같은 수위에 있는 태평양쪽의 운하 끝으로 그 높이가 낮아지면서 통과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동쪽으로 통과하는 선박들은 이와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미라플로레스호의 수문들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구조를 갖고 있는 수문으로 그 중 가장 큰 수문의 길이는 305m에 달하며 그 갑문(閘門)의 두께만도 2.1m 그리고 그 높이는 7층자리 건물의 높이와 견주어진다. '당나귀'라고 불리는 전기차들이 양쪽으로 선박을 끌어 운하를 통과시키고 있으며 수문의 물을 빼는 터널의 크기는 기차 터널의 크기와 맞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