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베를린의 영웅, 제시 오웬(1936년 - 베를린)
제시 오웬 53개국에서 모인 5,000여 명의 선수들이 자국의 명예를 걸고 다투었던 베를린 올림픽은 동원되었던 관중의 수와 거두어들인 수입 그리고 대회 성적 등 모든 면에서 신기록을 남겨, 행사 준비와 진행을 맡았던 독일 올림픽위원회에 대성공을 가져다 준 대회였다.
23개의 육상 경기 종목 중에서만도 12개의 신기록이 수립되었으며 미국은 전종목을 통하여 나머지 국가들의 금메달 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 12개의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정작 국가간의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는 올림픽 정신은 독일 수상 아돌프 히틀러의 행동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그 빛을 잃게 되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통하여 많은 유태인들이 미국 올림픽 팀을 후원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하여 독일을 방문하였으며, 이로 인해 유태인들을 극도로 경멸하는 히틀러와 그의 반나치 정권 당국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히틀러 자신이 '열등 인종'이라고 공공연히 멸시하던 흑인들이 12명씩이나 미국팀으로 참가하여 장애물 경기와 넓이뛰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육상 경기 종목을 휩쓸어 히틀러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 중에도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100m와 200m 그리고 400m 릴레이와 넓이뛰기에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오하이오주 출신 제시 오웬이었는데 이 금메달리스트는 히틀러가 연출하는 드라마의 한 부분에 등장하게 된다.

대회가 시작되는 첫날, 독일 선수 한스 볼케가 포환 던지기에서 우승을 하자 히틀러는 독일의 역대 올림픽 챔피언들을 동원시켜 축하 행진을 하는 등 화려한 치하를 해주었으나 오웬이나 그의 '검은 잡동사니'(히틀러의 표현)들이 우승을 차지할 때는 전혀 틀린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오웬이 100m를 10.2초로 달려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흑인들이 연달아 우승을 하자 히틀러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우승자들을 축하해준 것처럼 이 흑인들을 대중 앞에서 축하해주어야 하느냐 혹은 이들을 모른 체하여 세계의 비난을 받느냐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히틀러는 결국 지체되는 경기 일정과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를 핑계 삼아 경기장에서 자리를 뜨는 것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을 해결한다.

그 후 히틀러는 어떤 우승자도 대중이 보는 앞에서 치하를 해주는 일이 없었지만 독일 선수 두명이 포환 던지기에서 1, 2등을 차지하자 이들을 뒷전으로 불러 치하해주었으며 독일 선수 루츠 롱이 넓이뛰기에서 오웬의 뒤를 이어 2등을 했을 때도 오웬은 제쳐놓고 로츠 롱만을 개인적으로 치하해주어 세인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오웬이 200m 경주에서도 20.7초를 기록하여 우승하자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로 미 흑인 올림픽 영웅에게 경의를 보낸다. 물론 히틀러는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