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영국의 존왕이 대헌장에 서명하다.(1215년 - 영국)
대헌장에 서명하는 존왕 영국에서 가장 유력한 지주들과 귀족들을 대표하는 일단의 반란귀족들이 아침 안개가 자욱한 템스강 남쪽의 러니미드 초원에 모였다. 그 초원은 귀족 반군이 진을 치고 있는 스테인스와 존왕의 거처인 윈저궁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존왕은 바로 그 초원에서 1215년 6월 15일 그에게 반기를 든 귀족들을 만나 국왕이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라는 귀족들의 요구 조건을 직접 만나 듣는 데 동의했었다.
반기를 든 귀족들은 하인들과 무장한 기병부대 가까이에서 왕을 기다렸다. 왕과의 담판은 그들의 생사가 좌우되는 중대한 문제였다. 왕권에 대한 무장 반란은 대역죄에 속했다. 만약 그들이 왕과의 담판에서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내란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었다.

마침내 안개 속에서 존왕 일행이 나타났다. 왕을 수행한 사람들 가운데는 로마교황의 사신과 대헌장의 초안 작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캔터베리 대주교 스티븐 랭턴도 있었다. 존왕은 자신의 권위와 체면이 크게 손상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귀족 대표들과의 회합은 전쟁에서의 일련의 패배 후에 프랑스내의 구영토 회복을 위해 그가 부과한 무거운 세금에 분노한 귀족들의 강요로 마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존왕은 또 로마교황과도 6년째 분쟁을 계속하여 교황 이노센트 3세는 영국에 대하여 성무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거의 모든 영국 교회의 기능이 중단된 상태에 있었다. 존왕의 정적들은 왕의 행위가 정의롭지 못하고 귀족들의 고충 해소를 거부하여 영국인들의 타고난 자유와 기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몇 주일 전에 개혁안을 가지고 찾아간 귀족 대표들에게 존왕은 이렇게 말했다. "왜 차라리 내 왕국을 즉시 달라고 하지 않소? 그런 이치에 어긋나는 제안 따위는 당장 걷어치우고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마시오." 존왕의 그같은 완강한 태도는 그를 반대하는 영국 북부 및 남부 귀족들의 반란 결의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왕에 대한 노골적인 반란에 나선 귀족들은 처음에는 4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은 반란의 주모자 중의 하나였던 에식스 던모우의 영주, 로버트 피츠월터를 지도자로 뽑았다. 1212년부터 존왕을 반대해온 피츠월터는 존왕이 잔인한 호색가라는 소문을 퍼뜨려 존왕에 대한 평판을 손상시킨 장본인이었다.

1213년 영국 북부의 많은 귀족들이 프랑스 원정 참여를 거부했다. 그후 존왕에 대한 프랑스의 우위를 확인시켜준 1214년 부빈 전투에서의 패배를 계기로 더 많은 귀족과 기사들이 반란 대열에 참여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존왕이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부과한 세금의 납부를 거부했다. 피츠월터는 1215년 봄 영국 북부의 세도가들을 포함한 반란 가담자들을 규합했다. 그들은 링컨셔와 노샘프턴셔의 마상 창시합장에 모여 남쪽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반란이 반도들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그들은 노샘프턴에 있는 왕궁을 15일간이나 포위했으나 결국 공격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들은 런던으로 진격을 시작했고 왕은 런던을 지키기 위해 솔즈버리백작이 이끄는 프랑스인 용병들을 보냈으나 그들은 뒤늦게 전선에 도착했다.

5월 17일 일요일 아침, 왕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성문을 열어주어 런던은 아무 저항없이 반군에게 함락되었다. 런던이 함락됨으로써 왕과 귀족들의 싸움에 결정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중립을 지키던 귀족들이 속속 반군쪽에 가담하기 시작해서 존왕은 윈저궁으로 도피했다. 윈저궁에서 왕의 측근이었던 윌리엄 마샬과 휴버트 버그가 왕이 반군에게 양보함으로써 그들과 화해할 것을 간청했다. 존왕은 그들의 권고를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존왕은 마그나 카르타, 즉 대헌장으로 알려진 선언문을 이의없이 받아들였고 대헌장에 엄숙히 옥새를 찍음으로써 왕권은 법 아래 있고 왕일지라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