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연극 관람중 저격당한 링컨 대통령(1865년 - 워싱턴)
저격당하는 링컨 대통령 전 미국을 뒤흔든 끔찍한 소식이 알려졌던 오늘 아침 워싱턴에는 이슬비가 내렸다. 자객 총탄의 표적이었던 링컨 대통령은 오전 7시 22분에 살해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건에서 여러 번 칼에 찔렸던 적이 있었던 국무장관 윌리엄 시워드도 현재 중태에 빠져 있다.
한편 부대통령 앤드류 존슨이 임시 대통령의 권한을 가질 것으로 추측되는 지금, 대대적인 수사망으로 미국 당국은 범인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26세의 배우인 존 윌크스 부스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남북전쟁으로 오랫동안 분단되었던 미국의 전국민은 지금 하나가 되어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리고 백악관 밖에도 군중들이 모여들어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인들이었다. 그때 한 흑인이 울부짖었다. "링컨 대통령이 죽음을 당했으니 이제 우리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우리의 미국인 사촌'이라는 연극을 공연하던 포드 극장의 특별석에서 영부인과 함께 안락의자에 앉아 연극을 관람했던 어젯밤 링컨 대통령은 저격당했다. 오늘 아침, 많은 신문들은 자객의 이름이 발설되지 않도록 주의했지만 당국은 남부의 열성 지지자인 부스를 찾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국방장관 에드윈 스탠톤은 부스가 단독 범행을 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비서에게는 이 기회를 틈타 수백 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사건을 일으킬지 모른다며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한 스탠톤은 보초들을 의원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자택밖에 24시간 배치시켰는데, 그들이야말로 남군의 음모상 다음 목표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링컨은 10가 453번지의 윌리엄 피터슨의 집에서 운명했다. 재봉사인 윌리엄의 집이 극장에서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그곳으로 옮겨진 것인데, 오늘 아침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영부인 링컨 여사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극장을 가리키며 연이어 '끔찍한 건물'이라며 슬픔을감추지 못했다.

부스는 어젯밤 9시 30분경, 극장 직원에게 말을 맡긴 후 극장 안으로 들어왔다. 부스는 세트장 뒤에서 가로질러 가려 했지만 좌석 쪽으로 가려면 지하의 통로를 이용하라는 말을 듣고 일단은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극장 밖의 복도로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0시에 극장 안으로 다시 들어와 특별석으로 구체적으로 '특등석 7'로 걸어올라갔다. 예정대로 대통령은 특등석 7석에 앉아 있었다. 이때 부스를 저지시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0시 15분 부스는 문을 열었고 1.2m 정도 걸어 대통령의 안락의자에 가까이 간 후 링컨의 뒤통수에 그의 소총 데링거로 한 방 쏘았다. 이 소총은 후에야 발견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청중들은 무대위의 연극을 보며 웃고 있었기 때문에 부스의 총성을 들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영부인 링컨 여사의 초대로 특등석 7에 앉아 있었던 헨리 레트본 장군은 링컨의 안락의자에서 파란색의 연기가 뿜어나오고 있음을 발견했다.

곧 대통령이 저격되었음을 알아차린 헨리 레트본은 부스쪽으로 달려갔는데, 이때 부스는 레트본의 팔을 칼로 베고서 특등석 앞으로 기어가더니 무대 위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외쳤다. "독재자는 항상 이런 최후를 맞을 것이다. 남부는 보복당하고 있다"라고. 그리고 나서 언뜻 보이는 삔 발목으로 절룩거리며 무대를 가로질러 문밖으로 나선 후 맡겨놓은 말 위에 힘겹게 올라타고 9번 스트리트와 펜실베이니아가로 향했다.

곧 부름을 받고 특등석에 도착한 젊은 의사 찰스 릴레는 영부인에게 남편을 구하러 왔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다른 의사에게 알렸다. "링컨 대통령의 상처는 치명적입니다. 살아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비밀유지가 된 치열하게 짜여진 암살 계획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배우였던 제니우스 브루투스 부스의 아들인 암살범 부스는 그 날 저녁 바에서 자신의 암살 계획을 넌지시 친구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 그 친구가 "너는 결코 너의 아버지 같은 유명한 배우는 될 수 없을 거야"라고 소리쳤을 때, 부스는 조용히 웃으며 응수했었다. "그러나 내가 무대에서 떠날 때 나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