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히틀러(1938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를 점령하는 히틀러 히틀러에게는 더할 수 없이 영광스러운 날이다. 젊은 시절 오스트리아를 떠났던 빈털터리 예술가가 이제 독일의 지도자가 되어 수만 명의 환영을 받으며 비엔나로 돌아온 것이다.
오늘 오스트리아가 독일의 연방이 되었음을 선언하게 될 히틀러는 린츠를 떠나 그의 임시본부가 마련되어 있는 비엔나의 수도로 향하고 있다.

40대의 탱크를 선두로 경찰을 가득 태운 수많은 경찰차들이 행렬의 후미를 따르고 있는 가운데 가두에는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모인 나치당원들이 도열해 한때 오스트리아 국경선을 절대로 침범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던 행렬의 주인공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갈색 군복을 입은 히틀러가 무개차에 올라서서 오른손 팔을 뻗는 그의 특유한 제스처로 군중들의 환호에 답한다. 수많은 군중들이 나치 군장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있는데 간혹 오스트리아 국기에 나치 군장이 덧붙여 꿰매져 있는 광경도 보인다.

"오늘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격은......" 이렇게 서두를 꺼낸 히틀러는 계속해서 자신의 장기인 연설을 이어나갔다.
"다른 모든 독일 국민들에게도 똑같이 전해질 것입니다.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우리의 독일연방공화국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절대로 분열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히틀러는 자신을 독일군뿐만이 아니라 오스트리아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는 조약에 서명을하여 스스로 70,000,000국민의 '총통'이 되었고 오스트리아의 군인들은 독일의 나치 당수 히틀러에게 그들의 복종을 서약하게 되었다.

히틀러의 승리는 곧 오스트리아의 수상 쿠르트 슛슈니그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오스트리아 수상은 1934년부터 국가 사회당의 세력 진출을 저지하려고 노력했지만 1936년, 그를 지원하던 무솔리니가 히틀러와 손을 잡아 그의 지반세력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게 되었다. 지난 수요일, 슛슈니그 수상은 오스트리아 정부를 구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나치당과 자신 중 누구를 선택하는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이 국민투표는 영영 실현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의 나치 당수 아서 세이스-인콰르트에게 국민투표를 취소시키라는 히틀러의 명령이 재빨리 전달되었던 것이다.

드디어 나치 군대가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슛슈니그 수상은 저항을 포기한다. 오늘밤 비로소 슛슈니그 수상과 그를 지원하던 수천 명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히틀러에게 대항한 대가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그들 모두 체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