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1513년 - 로마)
'로마의 영광'이라는 칭호와 함께 '이탈리아의 해방자'로 숭앙받던 줄리어스 2세 교황이 1513년 2월 20일 사망하였다.
교황의 주검은 왕족의 장례에 버금가는 장례 절차를 거친 후 아직 완성 되지는 않았지만 미켈란젤로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거대한 규모의 무덤에 안장될 것이다. 1503년 29세의 나이로 교황에 취임하였던 줄리어스 2세 교황은 취임 즉시 플로렌스 지방에 있던 미켈란젤로에게 사람을 보내어 자신의 무덤의 설계를 의논하는 한편 성 베드로 성당 건물도 그에 알맞게 개축할 것을 계획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개축 공사를 맞았던 도나토 브라만테가 조그만 거물 하나를 완성한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가 완성한 이 조그만 템피토 디 산 피에트로 건물에는 그의 예술성이 잘 함축되어 있다). 교황의 무덤을 만드는 미켈란젤로의 작업도 한때 중단되는데 그 이유는 대리석을 구하는데 쓴 비용을 받아내기 위한 미켈란젤로의 교황 면담이 거절당하자 화가 난 미켈란젤로가 로마를 떠나 플로렌스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끈질긴 타협 끝에 드디어 1508년 교황측에서는 미켈란젤로에게 더 이상 호화스러운 3층짜리 무덤을 만드는 작업에서 손을 떼는 대신, 줄리어스 2세 교황의 삼촌인 식스투스 4세 교황 때 완성된 시시테네 교회의 천장에 그림을 그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교회의 문을 잠근 채 천장을 보고 드러누워 그림을 그리는 미켈란젤로의 고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완성을 재촉하는 줄리어스 2세 교황의 성화는 대단하였다. 그 후 4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걸려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완성되어 1512년 하나님의 천지 창조가 묘사된 그 장엄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 후 브라만테의 친척이었던 라파엘이 교황이 거처하는 건물 내부를 프레스코 화법으로 장식함으로써 이 건물을 성 베드로 성당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로 만들었다. 라파엘이 그린 줄리어스 2세의 초상화에는 침착하지 못하고 사나워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