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1941년 - 하와이)
기습당하는 진주만 비참하게 파괴되어 불타는 군함들, 고통에 신음하는 부상병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들...... 이제 비로소 미국은 전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12월 7일 하와이 군도를 기습한 360여 대의 일본 전투기들의 맹렬한 폭격으로 인해 진주만의 미 해군 기지가 철저하게 파괴되면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지 며칠이 지나자 미 합중국은 드디어 필사승리의 각오로 세계 대전에 뛰어들었음을 선포한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직후에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 합중국은 일본 제국 해·공군의 기 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미국인들은 기필코 승리할 것입니다. 신이시여 우리들에게 가호를 내려주십시오"라고 일본 제국을 향한 미국인들의 분노와 의지를 분명히 밝힌 적이 있었다.

진주만 기습 직후 즉시 소집된 미 의회는 몬타나주 대표이며 공화당 출신인 여성 의원 자넷 젠킨이 던진 단 한표의 반대를 제외한 만장일치로 전쟁 선포안을 통과시켰다. 우뢰와 같은 박수 속에서 수차례 연설을 중단하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 제국의 만행 이 벌어진 1941년 12월 7일을 영원히 기억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리고 11일에는 또다시 소집된 의회에서 일본의 동맹국들인 독일과 이탈리아를 상대로 한 선전포고안이 통과된다.

그 동안 일본의 인도차이나(베트남:당시 프랑스령) 점령에 대한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하는 척하던 술수를 펴오던 일본 제국이 진주만 기습을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는 전쟁이며 동아시아의 국가들의 운명이 이 전쟁에 걸려 있다"라고 주장해오던 일본 수상 히데끼 도조가 드디어 그의 야망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 기기 시작한 것은 11월 26일이었다. 11월 26일 치우찌 나구마 부제독의 지휘 아래 폭격기 를 가득 실은 6척의 항공모함이 잠수함과 전투함의 엄호를 받으며 쿠릴섬을 떠나 하와이 로 출발했으며 그로부터 12일 후 도조의 폭격기가 목표물을 향해 벌떼처럼 달려들었던 것이다.

무차별 기습이 개시된 지 2시간 만에 일본 폭격기는 유명했던 아리조나호를 비롯한 5대 의 구축함을 침몰시켰으며 14척의 소형 전함과 200대가 넘는 군용기를 파괴했는데 희생자 들의 숫자는 2,000명이 넘는 수병들이 전사한 것을 비롯하여 400여 명의 부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군의 희생은 극히 미미했다. 사상자는 100명이 채 못 됐으며 29대의 전투기와 5척의 소형 잠수함을 잃었을 뿐이다. 그 후 이 기습 작전은 일본 전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공을 거둔 작전 중의 하나로 기록된다.

루스벨트 미 합중국 대통령은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의 3동맹이 현재 무시 못할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독일과 이탈리아가 일본 제국이 미국을 공격하리라는 사실을 미리 통보받았을 것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우리의 적은 가장 적당한 시기를 이용해 대단한 솜씨로 훌륭한 전과를 올렸다"고 솔직히 시인하면서도 결코 진주만 기습으로 일본이 태평양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아니라고 단호히 부인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짐작한 대로 일본의 작전은 우선 진주만을 기습하여 미 태평양 전단을 무력화시킨 다음 태평양의 주도권을 잡아나가자는 것이었으며 미국이 전단을 재구성하 는 동안 진주만 기습을 끝낸 일본은 즉시 말라야와 홍콩 그리고 북부 필리핀을 점령해나가 기 시작한다. 일본 제국의 기습을 다하는 와중에서도 일부 미국 병력들은 몇 대의 일본 전투기를 떨어뜨릴 수 있었는데 전투가 끝난 후 미군 병사들은 "다음번에는 더 잘 해낼 자신 이 있다. 그놈들에게 지옥 구경을 시켜줄 것이다"라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현재 맥아더 장군의 지휘하에 있는 미 육군과 필리핀 병력으로 구성된 130,000명의 병력은 미 제5전투함대가 도착할 때까지만이라도 일본의 침공을 저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럽과 태평양 전역으로 확산되는 세계 대전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일본 제국의 지속적인 침략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한 가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달 갑자기 악화된 미국과 일본의 우호 관계로 이미 전세계에 퍼져 있는 미군 사령부들이 긴장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세계 최대 군사 강국인 미국이 그 귀중한 전함들과 비행기들을 한군데에 방치해 두었냐는 점이었다.

현재까지도 12월 7일의 그 끔찍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한 미군 고위관은 없는 가운데 루스벨트 미 합중국 대통령의 명령에 의하여 관계자들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이미 몇가지 사실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진주만 사건이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구실을 만들어준 동시에 미국의 전쟁 개입을 저지하는 반대파들의 입을 틀어막아 주었다는 점이다.

진주만 기습이 없었더라면 미국의 전쟁 개입은 훨씬 늦어졌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어쨌든 지금 미국은 전쟁의 물결에 몸을 싣기 시작했다.